AI 시대에는 졸업 후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경로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대학생에게 커리어는 더 이상 정해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맞춰 스스로 설계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 변화 속에서 대학생은 과거와는 다른 기준으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직업 중심에서 역량 중심 커리어로의 이동
산업사회에서 대학생의 커리어 설계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특정 전공을 선택하고, 그 전공에 맞는 직업군으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였다. 법학을 전공하면 법조인이 되고, 경영학을 전공하면 기업에 취업하며, 공학 계열은 기술 직무로 이어지는 식의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이때 커리어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정의되었고, 직업명은 곧 개인의 정체성이 되었다. 그러나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직업 중심 커리어 모델은 점차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직업의 수명은 짧아지고, 하나의 직업 안에서도 요구되는 역할과 업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직업이 비교적 고정된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제는 동일한 직업명 아래에서도 완전히 다른 역량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어떤 직업을 선택했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커리어의 핵심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직업명이 아니라 역량의 조합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 기술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협업과 소통 능력 등은 특정 직업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역량이다. AI는 이러한 역량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자동화되지만, 상황을 판단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역량 중심 커리어로의 이동은 대학생에게 불안과 동시에 기회를 제공한다. 직업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선택으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공과 다른 분야로 이동하거나, 여러 영역의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 AI 시대의 커리어는 더 이상 직업 하나로 요약되지 않으며, 역량의 축적과 재배치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대학생 시기에 설계해야 할 ‘확장 가능한 경험’
AI 시대의 커리어 설계에서 대학생 시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시기는 아직 직업적 정체성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았고, 다양한 시도를 비교적 낮은 위험으로 해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이 이 시간을 단순히 스펙을 쌓는 기간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자격증, 어학 점수, 대외활동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경험을 놓치기 쉽다. 확장 가능한 경험이란 특정 상황에만 유효한 활동이 아니라 다른 맥락으로 옮겨가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어떤 공모전에 참여했다는 사실보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얻은 사고 방식과 협업 경험은 다른 분야에서도 반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AI 시대에는 이런 경험의 재사용 가능성이 커리어 경쟁력을 좌우한다.
또한 확장 가능한 경험은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패한 프로젝트라도, 그 과정에서 무엇을 시도했고 어떤 한계를 경험했는지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자산이 된다. AI는 이러한 경험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생은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분석함으로써, 단편적인 활동을 하나의 서사로 연결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대학생 시기의 경험이 반드시 돈이 되는 경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수익보다 학습 밀도와 확장성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역할과 관심 분야를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장기적인 커리어 설계에 더 큰 도움이 된다. AI 시대의 커리어는 한 번의 성공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구조물에 가깝다.
AI 시대 커리어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AI 시대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유연성이란 단순히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역할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는 기술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한 번 선택한 전공이나 직업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안정성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 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직무의 일부는 사라지고, 새로운 역할이 등장한다. 이때 유연성을 갖춘 사람은 변화에 휘둘리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탐색할 수 있다.
유연한 커리어를 위해 대학생이 준비해야 할 것은 특정 기술 하나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태도다. 새로운 도구와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자세, 실패를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인식,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는 AI 시대의 불확실성을 견디는 데 큰 힘이 된다.
또한 유연성은 개인의 삶의 방식과도 연결된다. 하나의 직업에 모든 의미와 안정성을 의존하는 구조는 작은 변화에도 큰 불안을 낳는다. 반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역량을 분산시킨 사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AI 시대의 커리어는 한 줄 이력서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경로 지도에 가깝다.
결국 AI 시대에 대학생이 준비해야 할 커리어는 완성된 답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고 확장되는 설계도다. 이 설계도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앞으로의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