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온라인 강의 시대 이후,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by 봉봉님16 2025. 12. 22.

온라인 강의의 확산은 대학 교육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만들었다. 누구나 양질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대학은 더 이상 지식 전달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된 이후에도 대학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온라인 강의 시대 이후,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온라인 강의 시대 이후,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대학의 경쟁력은 ‘강의 내용’이 아니라 ‘학습 환경’에 있다

온라인 강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대학의 전통적인 기능인 지식 전달이었다. 과거에는 대학 강의실이 최신 지식과 전문성을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클릭 몇 번으로 들을 수 있다. 이 변화는 대학이 제공하는 강의 내용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육이 단순히 콘텐츠 소비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강의는 정보와 설명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학습이 일어나는 환경 전체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바로 이 환경 설계에 있다. 같은 강의를 듣더라도, 토론이 이루어지고 질문이 환영받으며, 피드백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학습의 깊이가 전혀 달라진다.
대학은 단순히 강의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학습자가 사고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세미나, 팀 프로젝트, 연구 활동, 실험실, 스튜디오 수업 등은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지는데, 이러한 능력은 혼자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길러진다.
또한 대학은 학습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 강의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학습 지속성이 개인의 의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반면 대학은 시간표, 평가, 피드백이라는 구조를 통해 학습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 구조는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학습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온라인 강의 이후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을 가르치는가보다, 어떤 환경에서 배우게 하는가에 있다. 대학은 콘텐츠 플랫폼이 아니라, 학습이 일어나도록 설계된 복합적인 교육 환경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은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사고 훈련을 담당하는 공간이다

온라인 강의는 효율적인 지식 습득에는 매우 적합하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얻고,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으며,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적다. 하지만 지식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시청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대학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대학 교육의 핵심 경쟁력은 사고 훈련에 있다. 대학은 학생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논증을 구성하며 타인의 관점을 검토하는 훈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토론 수업, 글쓰기 과제, 연구 프로젝트는 모두 이러한 사고 훈련의 일환이다. 온라인 강의에서도 토론 기능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사고를 밀도 있게 주고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사고 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AI는 정보를 요약하고 분석하는 데 탁월하지만, 어떤 질문이 중요한지, 어떤 판단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지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기술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해석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 역할도 달라진다. 교수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의 방향을 조정하고 질문을 던지는 안내자가 된다. 학생은 교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점검하고 확장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적 학습은 온라인 강의에서는 쉽게 구현되기 어렵다. 또한 대학은 다양한 전공과 관점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이 한 공간 안에서 만나며, 학생은 전공을 넘나드는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단일 주제에 집중된 온라인 강의와는 다른 차원의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바로 이 복합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대학의 진짜 경쟁력은 경로를 만들어주는 힘이다

온라인 강의가 제공하지 못하는 대학의 또 다른 경쟁력은, 학생에게 진로와 커리어의 경로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온라인 강의는 지식을 제공하지만, 그 지식이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는지는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반면 대학은 교육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간 지점으로서 기능한다. 대학은 인턴십, 산학 협력, 연구 참여, 동아리 활동, 비교과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역량을 실제 맥락 속에서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스펙을 넘어, 자신이 어떤 역할에 적합한지 탐색하는 과정이 된다.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또한 대학은 학생에게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동료 학생, 교수, 졸업생과의 연결은 졸업 이후에도 중요한 자산으로 남는다. AI 시대에 커리어는 하나의 직업으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경로로 확장되는데, 이때 네트워크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대학은 학생에게 시도해도 되는 시간을 제공한다. 실패가 허용되는 환경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은 대학만의 중요한 가치다. 온라인 강의는 효율적이지만, 실패를 전제로 한 탐색의 공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대학은 바로 이 탐색과 전환의 여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간이다.
결국 온라인 강의 확산 이후 대학의 경쟁력은 지식을 제공하는 속도가 아니라, 학생의 삶과 커리어를 장기적인 경로로 연결해주는 힘에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의 종착지가 아니라, 사회로 나아가기 전 방향을 탐색하는 출발점으로서 그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